아버지란 누구인가?

조회 수 3823 추천 수 107 2005.02.26 11:00:07

● 아버지란 누구인가?

아버지란 침묵과 고단함을 자신의 베개로 삼는 사람이다.
정작 아버지가 옷걸이에 걸고 싶은 것은 양복 상의가 아니라 어깨를 누르고 있는 무거운 짐이다.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겉으로는 태연해 하거나 자신만만해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에 대한 허무감과 가족 걱정으로 괴로움을 겪는 존재이다.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딸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도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어서 더욱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부리나케 일어나서 나가는 직장은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이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다.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

아버지란 날마다 이렇게 자책하는 사람이다.
아들딸들은 아버지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 아버지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하여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불만에 가슴앓이를 하며 속으로만 운다.

아버지란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없이 울먹이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어른인 체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으로 돌아가는 사람이다.

아들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문을 쳐다본다.

어머니의 사랑은 산소처럼 항상 우리 곁에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깊은 사랑을 감춘 채 기다리고 있다.
위기가 닥치면 그제야 아버지의 사랑이 빛을 발한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안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 큰소리로 기도도 하고 주문을 외기도 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웃음은 어머니의 웃음의 두 배쯤 농도가 진하다. 울음의 농도는 열 배쯤 될 것이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오락가락 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고간다.

아버지의 최고의 자랑은 자식들이 반듯하게 자라 주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바라볼 때 삶의 보람을 느낀다.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아버지가 가장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속담이다.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 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미안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남 모르는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이중적인 태도를 곧잘 취한다.
그 이유는 "자식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 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닮지 않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그대가 지금 몇 살이든지 아버지에 대한 현재의 생각이 최종적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일반적으로 나이에 따라 변하는 아버지의 인상은 어떤 것일까?

아버지란 돌아가신 뒤에도, 두고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처럼 무더위에 그늘의 덕을 베푸는 크나큰 이름이다.

출처: 『아버지의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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